현철이 떠나는 날, 하늘도 슬픈 듯 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반세기 넘게 국민들의 슬픔을 노래로 달랜 가수 현철이 18일 영원한 안식에 들었습니다. 현철의 영결식이 이날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고, 하늘도 고인을 애도하듯 폭우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이런 굳은 날씨 속에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가수 등 약 70명이 참석했습니다. 현철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동료들이 서둘러 빈소를 찾았습니다. 가수 설운도를 비롯해 송대관, 인순이, 진성 등이 찾아와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애도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상철은 고인의 히트곡 ‘봉선화 연정’ 첫 소절을 인용하면서 조사를 낭독했습니다. 박상철은 “항상 연예인이 가져야 할 자존심과 깨끗함을 강조하시고 주변 분위기를 즐겁게 해 주시려 노력하셨던 선생님을 존경한다”고 고인을 기억했습니다.
이어 추도사를 낭독한 태진아는 “다정다감했던 모습과 이름을 남기시고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가수로, 큰 별로 남아 계실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현철이 형, 사랑했어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설운도는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흐느끼며 추도사를 낭독했습니다. 그는 “형님, 웃으며 가시게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난다”며 “국민들의 애환과 아픔을 노래로 위로해 준 애국자시다. 형님 사랑 잊지 않고 오롯이 모든 분이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습니다. 조가를 부른 가수 박구윤은 현철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앉으나 서나 현철 생각’으로 개사해 고인을 추억했습니다. 박구윤은 현철의 히트곡인 ‘봉선화 연정’을 작곡한 박현진의 아들입니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현철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지난해 TV조선 ‘화요일은 밤이 좋아’에 출연해 현철을 “내 큰아버지”라고 소개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가수 김수찬도 “선생님, 그곳에서는 평안하셔요. 신인 때 잘 챙겨주셨는데 함께 한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곧 뵈러 갈게요”라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 본 채 떠나버린 너,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라는 대목을 부를 땐 영결식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인을 큰아버지로 부르곤 했다는 박구윤은 “생전 현철 큰아버지 성대모사와 모창을 할 때면 그렇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며 “앞으로 제가 더 많이 큰아버지 목소리로 많은 분께 즐거움과 기쁨을 드리겠다. 하늘나라에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즐겁게 계셔야 한다”라며 목놓아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열린 현철의 마지막 장례 절차는 국내 가수 최초로 ‘대한민국 가수장’으로 치러졌습니다.
통상 가수들의 장례는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진행되지만, 대한가수협회 측은 “특정 단체만이 아닌 대중음악계 전체가 현철의 마지막을 애도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달리 붙였다”고 했습니다. 이후 고인이 생전 ‘아미새’를 부르는 무대 영상을 상영한 뒤 헌화식이 진행됐고, 고인은 유족과 동료 가수들의 배웅을 받으며 식장을 떠나 장지로 향했습니다. 경기도 분당 추모공원 휴에 안치되며 영면에 들었습니다. 1942년에 데뷔해 50년 이상 연예계 생활을 한 현철은 엄청난 재산을 모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는 가수뿐만 아니라 작곡도 꽤 했습니다. 처음으로 히트를 친 ‘앵두나무 처녀’와 ‘사랑의 이름표’ 역시 그의 작품입니다. 생전 현철은 장어 마니아로 서울특별시 광진구 구의동에서 장어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였고 그 식당이 위치한 건물 전체가 현철의 소유라는 말도 있습니다.
현철은 태진아, 설운도, 송대관 등과 함께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리며 가요계의 큰 어른으로 201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018년 KBS ‘가요무대’에 출연한 후 건강상의 이유로 가수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KBS ‘불후의 명곡’에서 하춘화와 함께 레전드 가수로 출연한 것이 마지막 방송 활동이었습니다. 마지막 무대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현철이 많이 거동이 불편해 보였고, 당시 직접 녹화 방송 무대를 관람했던 한 관객의 목격담에 따르면 현철이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투병 중이던 현철은 후배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생전 후배 가수들에게 남긴 손편지가 재조명되어 많은 분들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손편지는 “안녕하십니까? 가수 현철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현철은 “잘생기고 예쁘고 정말로 노래 잘하는 아들, 딸 같은 후배들이 저의 가요제에 출연해 한바탕 걸판지게 놀아준다니 너무도 기쁘고 고맙고 가슴이 벅차다”라고 말하며 “수많은 무대를 서 봤지만 이런 아름다운 무대에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 뭐라고 표현을 못 하겠다”며 “이제는 시청자, 청취자가 되어 자네들의 노래를 감사히 잘 듣고 보겠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잊혀 가는 현철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해 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한다”라며 “후배들이여, 이 현철이는 행복하다. 많이 사랑한다. 고맙다”라고 편지를 마쳤습니다. 이를 본 후배 가수들은 눈물을 훔쳤고, 당시 방송에서는 홍지윤이 ‘아미새’를 불렀고 진해성이 ‘봉선화 연정’, 정다경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선곡했습니다. 현철은 1942년에 데뷔해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늦깎이 가수로 1980년대부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는 많은 히트곡을 남겼으며 1988년에 발표된 ‘봉선화 연정’이 대표곡으로 꼽힙니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는 가사가 신선하면서도 절절한 마음을 담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랑은 나비인가 봐’,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싫다 싫어’ 등도 인기곡입니다.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등과 함께 당대를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로 자리 잡으면서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봉선화 연정’과 ‘싫다 싫어’로 1989년과 1990년 2년 연속 KBS 가요대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때가 47세였습니다. 이후 200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며 중년의 톱스타로서 가요계의 나이를 둘러싼 편견을 깨뜨리는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이후에는 건강 문제로 무대에서의 일이 줄었습니다.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오랜 기간 투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에는 뇌경색으로 투병하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많은 팬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오랜 지병으로 수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2년 전에는 라디오에 깜짝 출연해 다시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사실 가수 현철은 은퇴를 선언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돌아오겠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연세가 많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꿈은 계속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추 신경 손상으로 인해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를 꾸준히 병행하면서 3년 동안 재활 치료를 계속 받았습니다. 간간이 지방 행사에도 참석했지만, 몸이 온전치 않다 보니 무대에 오를 때 긴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면 정말 프로답게 공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화려한 삶만 즐기면 되는 그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고 많은 사람을 걱정하기 시작하는데요. 화려했던 그의 인생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한 공연 리허설 중 3m 높이 무대에서 추락해 갈비뼈 세 개 골절상을 입고 폐를 찌르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무대에 서겠다는 일념으로 8일 만에 무대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이때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일이었는데요. 하지만 그는 가수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죠. 왜냐하면, 그 힘든 무명 시절과 가난한 시절이 있었고, 그를 기다리는 팬들이 있었기에 그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때 멈추고 수술이라도 제대로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는데요.
이후 그가 활동을 이어가나 했는데 공식적인 은퇴 발표 없이 지난 2018년 이후 조용히 자취를 감춰버렸죠. 그는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또 한 번의 경추 디스크 수술을 했고 빨리 회복하고 다시 무대에 올라가려고 했지만, 이때부터는 현철의 나이도 있어서 예전만큼 회복이 빠르게 되지 않으면서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고 집에서 요양 생활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치료는 계속하는데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그의 근황이 알려진 사실로 그는 현재 인지 기능까지 저하되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더 이상 인터뷰를 본인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온 것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그와 접촉할 수 없었고 그를 지키고 있는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더 이상 무대에서 그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한 기자가 “현철을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을지”라며 묻자 아내분이 “무리하거나 절대 욕심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고 “가수 현철이 아닌 본인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하셨다고 대답하셨습니다. 20년이라는 긴 무명 생활 동안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며 고생했지만, 가수의 꿈을 놓지 않은 현철.
그 시간이 있었기에 그의 노래는 유독 절절하게 가슴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50년이 넘게 활동하는 동안 크게 구설에 오르지도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기에 그가 무대에 다시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오늘 화려한 삶 뒤로하고 떠나버린 현철. 몇 달 전 현철의 아내가 잡지에 편지를 보내 그의 근황을 알렸을 때는 그가 이럴 줄 몰랐습니다. 남편이 큰 수술을 받고 2년 넘게 재활 치료 중이며 무대에 다시 서기 위해 건강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당시 아내는 현철이 뇌경색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곧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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