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나라의 영웅이였는데 어쩌다…" 52세 이봉주가 투병중에 전해진 최근 충격적인 근황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을 비롯해 세계 대회에서 모두 9차례나 우승했을 정도로 한국 마라톤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그는 기량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2000년에 수립한 2시간 7분 20초의 한국 최고 기록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건강했던 이봉주는 재작년 초 갑자기 근육 긴장 이상증이라는 난치병을 만나게 됩니다.

이봉주는 과거 선수 시절 아침 먹고 뛰고 점심 먹고 또 뛰며 온종일 묵묵히 달리는 것이 그의 삶의 전부였고, 포기할 줄 모르는 뚝심으로 무려 41차례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일생에 한 번도 완주하기 힘든 그 긴 거리를 무려 41번이나 완주한 것은 그야말로 다시는 없을 대기록입니다.

근래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작정 천지 사방으로 뛰어다녀 ‘봉출귀몰’이라는 우스운 별명을 얻기도 했던 이봉주는, 어느 날 근육 긴장 이상증, 영어로 디스토니아라는 난치병에 걸리게 됩니다. 이 병은 고개를 반쯤 숙여 어깨가 움츠러들고 등과 허리가 구부정해지는 증상으로,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비틀리거나 지속적으로 비정상적인 자세를 취하는 신경질환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병의 원인이 불명확하다는 것입니다. 이봉주는 배 아래쪽 근육이 계속 당겨 허리를 펴려면 힘을 줘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렵고 걸을 때 숨이 차며, 잘 때도 바로 누우면 머리가 들리기 때문에 옆으로 돌아누워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근육 경련이 끊이지 않아 밤새 뒤척이며 잠을 못 잔 날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봉주는 자신이 암흑터널에 있는 것 같고, 평생 이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크고 작은 병원 여러 곳을 가봤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고, 구부정한 채 답답하고 불안해 밖에 나가기 두려워 1년 넘게 집에서 주로 지내게 되면서 스스로 많이 위축되었고 속으로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이 병이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운동을 너무 많이 한 과부하가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요? 현역 때 연습량까지 합치면 지구를 대여섯 바퀴쯤 도는 거리를 뛰었다는 이봉주. 하지만 마라톤 선수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병은 아니기 때문에 달리기 때문은 아닌 것 같고, 그저 스스로 몸 관리에 방심했던 부분이 쌓였다가 한순간에 터진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봉주는 남 탓을 하기는커녕 불청객 같은 난치병도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수술을 받고도 차도가 없고 회복이 더디기만 한 상황에서 한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짝발과 평발의 약점을 극복하고 투지와 끈기의 아이콘으로 살아온 그였지만, 때때로 밀려오는 좌절감과 나약한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봉주는 과거 한국 마라톤의 전설적인 조련사 정봉수 감독으로부터 북한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정봉수 감독은 황영조와 이봉주 등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을 배출하며 대한민국 마라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명장이었습니다. 이런 정봉수 감독에게 훈련을 받던 이봉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성실했고, 아무리 힘든 훈련도 묵묵히 해냈습니다. 그는 깔끔한 성격으로 방은 언제나 깨끗했고 침대나 책상 등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 하지만, 한 번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 누구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봉주는 이후 감독과의 갈등이 터지며 부당한 처우에 반발해 소속팀에서 탈퇴하게 됩니다. 당시 이봉주는 후배들을 이끌고 소속팀을 뛰쳐나와 지방 여관을 전전하며 훈련했습니다. 그때 흑색계에선 이봉주가 이제 끝났다는 등의 말이 떠돌았고, 이봉주가 스승 정봉수 감독을 배신했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봉수 감독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봉주는 정 감독의 빈소에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해 찾아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면목이 없다.

나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다고 들었는데 정말 죄송하다. 감독님은 무명인 제가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주셨다. 감독님으로부터 배운 마라톤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아직도 가장 힘이 된다”며 정 감독에게 사제와 감사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이렇게 대한민국 육상 스포츠의 큰 획을 그은 선수 이봉주는 현재도 회복을 위해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빨리 회복해서 그의 순박한 웃음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