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영은 지난 30년간 <전원일기>의 정겨운 ‘복길이’부터 때로는 옆집 언니로 때로는 옆집 엄마로 활약하며 이제는 어느덧 국민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배우로서의 김지영은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늘 탄탄대로 꽃길이 그녀와 함께 했을 거라 보이지만 그러나 인생사 ‘호사다마’라고 정작 인간 김지영의 인생에는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많았습니다.
그녀는 한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을 받아 생사불명 희귀병으로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고, 심지어 늘 생애 마지막을 준비하며 수도 없이 유서를 써야 했던 김지영 그녀의 가슴 아픈 인생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지영은 태어날 때부터 등에 혈관이 엉겨 붙어 ‘곱추’처럼 부푸는 선천성 희귀병을 앓았고 당시 의학계에서도 그녀의 병이 처음 보는 경우라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살기 힘들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학창 시절 동안만 무려 8번의 대수술을 해야 했고 심지어 치료법도 뚜렷하지 않아 완치에 확신도 없다보니 수술 전에는 행여나 있을 일에 대한 포기 각서까지 써야만 했으며 또한 당시 이번이 워낙 자주 반복되다보니 학년이 넘어갈 때마다 계속 학교에 안 나오면 출석 일수가 모자라 유급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원인 모를 병으로 생사를 장담할 수 없던 그녀는 어릴 적부터 항상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수 없이 유서를 써야 했고 그리고 늘 집, 학교, 병원을 오가거나 아빠 등에 업혀 살다 보니 어린 시절 그녀의 꿈은 세상을 탐험하는 모험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어린 시절부터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던 어머니 덕분에 여덟 차례의 수술 끝에 마침내 그녀가 완치 판정을 받았고 또한 학창 시절 희귀병으로 인해 동급생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그녀는 완치 후 대학에 들어가서는 그동안 못 해본 문화생활을 미친듯이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연기자의 꿈을 꾸기 시작한 그녀가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MBC에서 아르바이트 삼아 단역을 맡기 시작했고 그때 그녀는 또래 여배우들과 달리 화장도 하지 않고 가방을 등에 메고 머리는 질끈 묶은 채 MBC를 들락날락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한 PD로부터 “너는 배우 할 얼굴이 아니다. 시집이나 잘 가라”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그럼에도 그녀가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다며 의욕을 이에 물고 씩씩하게 뛰어다니자 그때 시집이나 가라고 했던 PD가 눈여겨본 후 ‘전원일기’에 추천해 전격 캐스팅 되게 됩니다.
당시 그녀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 드라마에 ‘감히 내가?’라며 부담도 컸지만 훌륭한 선배님들을 한꺼번에 모시고 연기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신 없을 거란 생각에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후 전국에 ‘복길이’로 얼굴을 알리며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복길이’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지 그녀가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오디션부터 복길이 같다며 수 없이 거절을 당했고 심지어 이때 어떤 감독은 “너는 복길이를 한 번 했으니 이제 연기자로서는 끝이야’라며 전원일기를 당장 그만둬야 다른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을 거란 말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배우로서 평생에 한 번 가지기 힘든 캐릭터가 ‘복길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그걸 견뎌내고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연기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때 훗날 남편인 ‘남성진’과 드라마 속에서도 서로의 연인이 되어 사랑을 속삭였으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촬영 당시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뒤 전원일기가 아닌 다른 단막극에 이번에도 두 사람이 함께 캐스팅되었고 그리고 이때 남성진의 고백에 따르면 “지영이를 매일 만날 때는 지영이를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잘 몰랐는데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나니 느낌이 달랐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남성진이 김지영의 매력에 푹 빠졌지만 그간 친밀했던 관계가 깨어질까 오히려 선뜻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으며 그러던 어느 날 김지영의 남동생과 술자리를 가진 남성 진이 우연찮게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김지영의 어머니가 유난히 딸에게 어색하게 굴며 쭈뼛거리는 남성진을 보고 눈치를 채 대뜸 “자네 우리 지영이와 내년 이맘때쯤 결혼하면 어떻겠나?”라며 질문을 했고 그때 용기를 낸 남성진이 김지영에게 마음을 표현하자 마침내 두 사람이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못된 시어머니를 도맡아 하던 남성진의 어머니 김용림은 오히려 그녀가 젊은 시절부터 시어머니로부터 엄청난 정신적인 시집살이를 당했습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 세월이 흘러 김용림이 입장 바꿔 며느리를 보게 되자 과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며느리 김지영을 누구보다 이해해 주고 잘 챙겨 주었으며 특히 여배우의 고충을 잘 알던 김용림이 심지어 명절 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어차피 안 되는거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촬영하고 오라며 그녀를 이해해 주기도 했습니다.
김지영 그녀가 고백하길 “내가 22살 때 아직 젖살도 채 빠지지 않은 통통한 얼굴로 ‘전원일기’에 모습을 드러낸 후 무려 7년 동안이나 복길이로 살았다.
이후 23년간은 다른 역할들을 하며 배우 생활을 이어왔지만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도 늘 ‘복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실제로 보면 세련되고 예쁜데 늘 복길이로 기억되는 게 속상하지 않냐고. 그런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복길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지영도 없다. 전원일기의 복길이는 나를 연기자로 거듭나게 해 준 선물 같은 캐릭터다.
그래서 복길이의 촌스럽고 못생기고 철없이 짝사랑만 하는 캐릭터가 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때는 소속사와 지인들이 이미지가 더 망가지기 전에 하루 빨리 드라마에서 빠지자고 권유했지만 정말 내가 복길이라는 이유로 나를 캐스팅 하지 않는 PD가 있다면 할 수 없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뻐보이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게 중요하며 매 순간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연기자 선배로서 며느리의 연기 열정을 100% 이해해 주는 시부모님들은 늘 나에게 지영이 힘들지 않게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 해주는 고마운 어른들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 분들에게 보답하며 살고 있다.
처음에는 가족들을 위해서 나만 희생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가족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을 살다보면 힘든 시간들도 언젠가는 기쁨과 행복으로 돌아오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무엇이든 맞닥뜨린 일에 조금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