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은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싱어송 라이터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마왕 신해철이 공손했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며, 그 외의 이승철이나 이은미조차도 조용필 앞에서는 고개를 못 든다고 합니다.
물론 조용필이 군기반장이라는 소리는 아니고, 존경심에서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조용필이 큰 슬픔에 잠겼는데, 10년을 한결같이 조용필의 음악과 삶의 동반자였던 아내 안진현 씨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장례식 내내 식음을 전폐한 조용필은 장례식을 마친 후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집으로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상중임에도 집 근처 노래방을 찾아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데, 대체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용필 씨는 1950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습니다. 염전업을 하며 화성에서 최고의 부자였던 집안의 7남매 중 여섯 번째였습니다. 그는 형들의 영향으로 일찍이 음악을 좋아했고 기타를 즐겨 쳤다고 합니다. 사춘기 때는 비틀즈 등에 심취하며 더욱 기타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음악 하는 것을 딴따라라고 하며 천시하던 때라, 아버지가 극심하게 반대했습니다. 급기야 아버지가 조용필 씨가 치는 기타를 때려 부숴버리자, 아버지에게 겁을 주기 위해 어린 마음에 약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죽을 뻔했다고 합니다. 무려 일주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음악 하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자 그는 고등학생 때 음악을 하기 위해 가출해 버리고 맙니다.
유복한 가정환경을 버리고 거지 저리 가라 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밤무대를 떠돌면서도 열심히 기타를 연마했습니다. 입소문이 나자, 1968년 미8군 무대에서 록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보컬을 맡았던 멤버가 입대를 하는 바람에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한 흑인의 생일을 맞아 부탁받은 노래를 열심히 연습해 불러줬었습니다. 흑인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가수가 되기를 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그는 밥 먹는 시간마저 아끼면서 음악을 공부했습니다. 건반을 치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도화지를 붙인 다음 건반을 그려서 코드를 짚어가며 소리가 없는 음악 공부를 했습니다. 그는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한 악보조차 구하기 어려운 시대라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악보를 손으로 일일이 따면서 음악 공부를 했습니다.
이런 공부가 나중에 히트곡 대부분을 직접 만들게 해줍니다. 1971년에는 3인조 록 그룹 김트리오의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이때부터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한 경연대회에 참가해 가수 왕 상까지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수의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1972년 처음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으나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1988년 첫 부인 박지숙 씨와 이혼한 조용필은 홀로 지내다, 1993년 6월 미국 애틀랜틱시티에 공연차 갔다가, 친누나의 소개로 재미교포 사업가 안진현 씨를 처음 알게 됩니다. 8개월의 만남 끝에 그는 1994년 자신보다 한 살 더 많은 안진현 씨와 결혼합니다. 더구나 그녀는 전남편에게 아이까지 보낸 이혼녀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조용필 씨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엄마 같은 여성이었습니다. 성격 차이로 힘들어하던 전 부인과 달리 안진현 씨와는 아주 사이 좋게 잘 지냈습니다. 이게 어떻게 하면 가능했을까요? 안진현 씨는 그가 음악 작업을 할 경우, 그의 근처에 접근조차 하지 않으며 그가 마음껏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녀 또한 음악을 공부한 적이 있고 뮤지컬 활동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음악하는 사람들의 스타일을 이해해 준 것이고 특히 음악에 완전히 미쳐있는 조용필 씨에게 더더욱 좋은 배우자였던 것입니다.
이들은 결혼식 당시, “아이를 몇이나 낳겠느냐?”라는 질문에, 안진현 씨는 “용필 씨와 상의하겠다.”라고 하였으며 반면, 조용필은 “하나만이라도 있었으면 한다.”라고 대답해 웃음이 쏟아졌지만, 늦은 나이에 만난 이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면서 조용하지만, 속 깊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왔습니다.
조용필은 아내 안진현 씨가 자신의 곁을 떠나던 날, 이른 아침에 주방을 서성거렸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남편이 끓인 미역국에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비운 안 씨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조용필은 장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아침 식사를 너무 맛있게 잘했다.”라고 자랑까지 했습니다. 그날 오후 3시경, 배가 아프고 속이 답답하다는 안 씨의 호소에 조용필은 처남과 함께 조지 워싱턴 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밥을 먹은 게 체한 것 같다’라는 안 씨의 말에 병원에 가면 괜찮겠지 싶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안진현 씨가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순간 숨이 멎자 응급처치를 했고, 안 씨가 다시 숨을 내쉬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조용필에게 안진현 씨는 웃으며 “괜찮다.”라고 말했습니다. 의사는 검사를 위해 안 씨를 데리고 엑스레이실로 향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여행 갈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러나 잠시 후 조용필의 귓전에 “숨이 멎었다.”라는 의사의 통보가 들려옵니다. 조용필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고, 사인은 ‘심장마비’였습니다.
안진현 씨는 3년 전부터 심장 질환을 앓아오다 한 병원에서 두 번째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경과가 좋아 퇴원을 했고, 이후 자택에서 요양 중이었습니다. 이틀 전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도 별 이상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가족들 모두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조용필은 안 씨의 가족들과 2003년 1월 8일 미국에서 간단한 장례식을 치렀고, 화장터에서 조용필은 아내의 관을 붙잡고 통곡을 했습니다. 관이 불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오열하며 쓰러진 조용필을 안 씨의 가족들이 끌어안고 진정시켰습니다. 장례식 내내 식음을 전폐한 조용필은 장례식을 마친 후,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처제 등을 이끌고 집 근처 노래방을 찾았습니다. 상중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노래방에 간 이유는 아내와 함께 살던 집에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제 안진영 씨가 당시를 말하길, “형부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노래밖에 없으니 노래를 부르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언니가 좋아했던 노래라면서 ‘그 겨울의 찻집’, ‘산장의 여인’, ‘상처’, ‘언체인드 멜로디’를 부르면서 형부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이제 내가 어떻게 사냐고 울부짖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눈물 바다를 이뤘어요.”라며 슬퍼했습니다. ‘언체인드 멜로디’는 조용필이 결혼식 당시 5단 높이의 대형 웨딩 케이크를 안진현 씨와 나란히 자른 후, 결혼식에 참석한 외국 손님들을 위해 선사했던 팝송이라 가족들의 슬픔이 더 컸습니다. 2003년 안진현 씨가 세상을 떠나자, 무려 10년간 신곡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후 조용필은 안진현 씨로부터 상속받은 유산 400만 달러 전액을 사회 사업에 쓰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조용필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부부지간이었지만 남들이 질투할 만큼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모든 일을 서로 상의했고 나는 모든 것을 와이프에게 맡겼습니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결혼 상대자라는 것을 서로 느꼈을 만큼 운명적인 만남이었어요. 아내는 나와 너무 잘 맞았어요. 내겐 아내 이상의 존재였고요.”라며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변화, 혁신을 추구하는 더 나은 차원으로 가려는 뮤지션으로서의 순수한 갈망이 엿보입니다. 그의 삶이 곧 음악이고 음악이 곧 조용필의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용필 씨의 활발한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