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0년 넘게 한 번도 한국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아이들도 독하게 버텼기 때문에 그녀 역시 엄마로서 공부를 어떻게든 마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버티고 버텼다가 상황은 더욱더 나빠지게 됩니다. 급기야 빚까지 지게 되자 매일 절에 다니면서 부처님께 제발 일 좀 많이 하게 도와달라고 빌 정도로 사정이 나빴던 그때, 서우림은 한 남성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게 되는데요. 그 사람의 이름은 김무영으로 고교 3학년 때 국비 유학생 시험에 합격해서 LA 옥시덴틀 칼리지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고 이후 내내 미국에서 생활하며 ‘마이클 김’이라는 미국 이름도 가지고 있던 이혼남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은행에 취직했으나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으로 재산을 모두 탕진한 뒤 정신을 차리고 호텔 자재부로 새 삶을 시작해서 뛰어난 사업 수완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후에 버버리 코스트 호텔 부사장까지 올라가는 등 미국에서 5개의 호텔을 전문 경영인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었는데요. 서우림은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카지노 개장을 알아보기 위해 귀국한 김 씨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서우림의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말에 결국 조급하게 그 남자와 재혼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결혼하기 3년 전부터 알고 지내긴 했지만 따로 데이트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모임에서 가끔 만나 인사를 주고받는 정도였죠. 사실 저도 갑작스레 결정한 일이에요. 제가 여러모로 힘들 때 남편이 옆에서 큰 힘이 되셨거든요.
사실 전 남편과 오랫동안 별거하면서도 재혼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인연은 따로 있나 봐요’라고 밝혔는데요. 그렇게 그녀는 재혼을 하며 새 남편을 따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떠나서 살게 되는데 어릴 적부터 엄마로서 보살펴 주지 못했던 아들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미국으로 드디어 가게 되었지만 당시 아들들이 군 복무로 국내에 와 있었고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서울이면 아들들과 또 인연이 엇갈리게 됩니다. 재혼을 결심하고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군에 있는 두 아들을 찾아간 날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는 서우림은 ‘큰아이를 만나고 둘째를 만나러 갔는데 두 아이 모두 그동안 자기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면서 결혼해서 잘 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사실 저뿐 아니라 아이들도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고생이 많았어요.
엄마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걸 알고 자기들이 알아서 아르바이트를 했더라고요. 유학생은 정식으로 일을 할 수 없으니까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면서 힘들게 공부를 한 거죠. 엄마로서 두 아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라고 털어놓게 됩니다. 미국에서 대학원 입학만 해놓고 한국에 와서 군 복무를 한 두 아들은 제대 후 미국으로 들어가지 않고 한국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요. 서우림 역시 그녀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아들들과는 1년에 한두 번 한국에 들러 짧은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그녀가 미국에 정착하자 방송가에는 서우림이 백만장자와 결혼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는데요.
이에 대해 서우림은 손사래를 치며 ‘호텔 사장인 건 맞지만 평범한 월급쟁이 사장’이라고 했지만 남편이 운영하는 호텔이 다섯 개 정도 되는데 아무 데나 들어가 식사를 하고 사인만 하면 되니까 끼니를 그렇게 해결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와 달리 집에서 밥을 거의 지어 먹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대접받으며 산다는 소문은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제가 집에서 밥하는 걸 싫어해요. 부엌에서 뭐라도 할라치면 밥하려고 시집왔냐며 못하게 하거든요. 남편은 50년 넘게 미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입맛이 서양식으로 길들여졌지만 저는 가끔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남편 몰래 김치찌개나 김치볶음 등을 만들어 먹죠’ 라고 밝혔는데요.
그렇게 서우림은 미국에서 남편으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긴 했지만 가슴 한켠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막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평생 업으로 삼아온 연기를 그만두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생활하다 보니 혼자 눈물짓는 시간도 많았고 무엇보다 그녀를 힘들게 만든 건 한국에 두고 온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었는데요. 재혼과 동시에 두 아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그녀는 ‘나 하나만 보면 행복한 삶이지만 두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오랜 시간을 아들들과 떨어져 지내다가 이제야 한 집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살겠다는 기대를 했었는데…’ 그렇게 그녀는 아들들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후 그녀는 배우로 복귀해 국내로 들어와 보고 싶던 아들들과 상봉하며 지내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때 또 문제가 생기는데 둘째 아들이 오랜 미국 생활로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며 들어가는 회사마다 버티지 못하고 툭하면 퇴사하고 나오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퇴사가 잦아지자 나중에는 그런 전력 때문에 취직도 잘 안 되며 아들은 결국 스트레스를 술로 풀기 시작했는데요. 조금씩 마시던 술은 후에는 급기야 알코올 중독으로까지 발전했고 술에 취하면 아버지와 형한테 막말했던 바람에 서우림의 남편과 큰아들은 아예 둘째 아들을 안 보기까지 하게 됩니다. 결국 걱정이 된 서우림은 아들의 음주를 끊게 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요.
보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우림은 아들의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되는데요. 아들이 전화를 안 받는다는 친구의 말에 자취집에 열쇠를 갖고 있던 서우림은 같이 가보자고 하게 되었고, 그렇게 문을 따고 들어간 집에서 그녀는 그만 홀로 저 세상으로 간 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들은 ‘엄마마저 날 안 보나’ 하는 절망감에 술을 더 많이 마셨고, 그렇게 38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었는데요.
아들의 못된 습관을 끊게 하기 위해 취했던 특단의 조치가 오히려 역으로 비참한 죽음으로 돌아오자 서우림은 너무나 큰 죄책감에 자신도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엄마가 너무 잘못했다”며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후회를 한 그녀는 “같이 죽던지 아니면 깊은 산속 절에 들어가 살던지” 하고 싶었고, “이리 고생 저리 고생 다 하기 싫었지만” 또 남은 큰아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가 없었는데요. 결국 작은 아들을 가슴에 묻은 서우림은 생전 아들이 카드에 써 준 걸 잘라서 지갑에 넣어 놓고 갖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꺼내보며 아들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서우림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도 아무 이상 없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더니 폐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까지 듣게 되는데요. 서우림은 “건강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1년 만에 다시 오라고 하길래 안 간다고 우겼더니 큰아들이 ‘병원에서 오라고 할 때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자신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합니다. 그녀는 큰아들이 끌고 간 덕에 다행히 조기의 암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었지만, 몇 년 후 다시 암이 재발하며 결국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는 상황에까지 치닫게 되는데요. 암세포가 퍼지며 서우림은 두 번이나 큰 수술을 받게 되는데, 2017년 드라마 ‘황금 주머니’ 이후 서우림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토록 악화된 건강 때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서우림은 “처음으로 폐암 수술을 할 때 종양이 큰 게 있고 작은 게 있었다. 그중에 큰 걸 먼저 제거했다.
그 뒤로 이상이 없었는데 작았던 암세포가 커져서 올해 다시 수술을 했다”며 2차 수술까지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는데요. “젊었을 때 수술한 것과 나이 들어서 수술한 게 다르더라”고 덧붙인 그녀는 게다가 어느 날 전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남편의 장례를 치러주기도 하게 됩니다. “그래도 애들 아빠지 않나. 애들 아빠니까 그렇게 한 거다”라고 털어놓은 서우림은 한 방송에서 절친인 강부자를 만나 “첫 번째 남편과 이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며 “부모로서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내가 왜 이혼했나 싶다. 누구나 편안한 날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자식들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고 자신의 인생을 자책했는데요. 이야기를 들은 강부자는 “남자는 적당히 밖에 나가서 외도한 후 아무렇지 않게 집에 돌아오면 된다”라며 “하나도 신경 안 쓴다”고 말하며 “내 남편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가족들 누구도 알지 못하게 했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우습지만 남편이 그랬을 때 적당히 당기다가 남편이 따라오면 적당히 놔야 한다. 남편이 잘못하면 아내가 감싸 안아야 한다. 이혼하는 사람들이 오죽하면 이혼하겠나. 그러나 극복하고 잘 참아야 한다. 이 세상에 힘든 것 참아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서우림은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정말 후회되는 일이지만 다 지난 일이다. 자식을 위해 참고 살아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며 “후배들이 이혼을 생각하면 무조건 말린다. 참고 살아야 한다. 자식이 없으면 몰라도 절대 이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또한 방송에서 자신의 인생은 “황폐한 사막 같았다”고 밝힌 그녀는 둘째 아들이 목숨을 끊은 것도 모두 엄마인 자신의 이혼으로부터 비롯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아온 서우림도 이제 팔순이 넘어가며 어느덧 고령의 나이가 되었는데요. “남은 인생은 오직 연기자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가 부디 건강을 유지해서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빌며, 너무나 슬픈 인생을 살아온 배우 서우림에게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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