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올해 73세 배우 고두심에게 전해진 안타까운 사연과 파란만장했던 인생

랑의 굴레의 한정숙, 조선왕조 500년의 인수대비, 전원일기의 큰 며느리. 이 역할들은 전부 배우 고두심 씨가 맡았던 배역입니다.

그녀는 지상파 연기대상 최다 수상자이자 방송 3사와 백상예술대상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한 유일한 배우이기도 하죠. 이런 전무후무한 기록은 그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연기력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오늘은 부족함 없이 보이는 그녀의 과거, 그리고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통해 인간 고두심의 인생 어떤 굴곡이 있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여전히 제주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녀는 어린 시절 무역 회사를 운영한 부친 덕에 상당히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한편 그녀는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꿨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서울로 상경하고자 결심을 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그녀의 계획은 무산되고 맙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유학중인 오빠의 밥을 해 주기 위해 상경하겠다라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워 육지로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이죠.

그렇게 서울로 상경한 고두심 씨는 일단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우의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그리고 서울살이 2년 뒤인 1972년 mbc 공채 5기에 1등으로 입사를 했지만 잔심부름, 단역만 전전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수입이 없어 생활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연기를 그만두고 다시 회사 생활을 했다고 하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눈여겨봤던 드라마 pd에게 발탁되어 <갈대> 라는 작품으로 화려하게 복귀 합니다.

이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며 지금은 대배우 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의외로 자신이 맡았던 배역들의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첫 번째 아쉬움은 바로 국민 엄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고두심 씨는 단 한 번도 처녀 역할을 맡아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아줌마나 할머니 역만 맡아 다고 하죠. 여배우로서 진한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은 로망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멜로 서사의 주인공이 되어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아쉬움은 바로 너무 어려운 배역들만 주어지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엄마 역할을 주로 맡은 고두심씨는 억척스러운, 흔들리지 않는 이런 이미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투쟁하고 갈등을 겪는 캐릭터들을 부여 받게 되었죠.

무거운 역할을 맡은 만큼 그녀는 매 작품마다 연기력의 한계를 시험 받는 느낌 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고두심씨는 대체 왜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배우의 길을 걸어 간 것일까요?

그녀는 정치계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은 적도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고두심씨는 정치계의 러브콜을 단칼에 거절합니다. 고두심 씨는 정치 입문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길은 배우이다. 어릴 때 꿈이 그걸 이루는 삶에 만족한다.’라고 말이죠.

1988년 고두심 씨가 18년 동안 함께한 남편과 이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혼의 이유를 남편의 사업 실패 때문이라 밝혔지만 사실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될 내용은 아닙니다.

처음 그녀의 전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을 땐 사업가로서의 자신감만 잃어버린 것이었기 때문에 금방 그 상황을 이겨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사업에 실패했을 때 그녀의 전 남편은 사업가로서, 남자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써 모든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고 하죠.

그런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던 고두심 씨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내이기에 남편에게 힘이 되고자 응원도 하고 곁을 지켰지만 이 모든 건 남편에게 오히려 부담일 뿐이었다고 하네요.

즉 사업실패로 큰 상처를 받은 전남편은 남자의 자존심까지 무너져 내려 아내의 따뜻한 위로조차도 상처와 부담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죠. 결국 두 사람의 이혼은 사업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또는 가정의 불화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입니다.

배우가 된 고두심 씨의 아들 김정환 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방송이 방영되었습니다. 그는 바닷가 둔치에 앉아 그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바로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죠.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김정환 씨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한 게 정말 괜찮나요?’ 라는 다소 의아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고두심 씨의 대답은 더 의아했습니다.

‘괜찮지 않다. 내가 진짜로 좋아한 남자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평생 예쁘게 살아 봤어야 했는데 그냥 먹먹해지고 뭉클 하더라.’ 라고 대답한 것이죠.

그 말에는 전 남편에 대한 그리움, 애틋함, 애정이 녹아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미워해서 이혼한 게 절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큰 상처를 받은 남편을 배려하기 위해서 이별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죠.

뒤이어 김정환 씨가 아버지가 항상 지니고 다녔던 물건이라며 꺼낸 상자엔 고두심 씨 영화포스터, 기사 사진 등등 그녀의 옛날 모습부터 최근 모습까지의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고두심 씨를 향한 남편의 절절한 그리움이 그 상자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죠. 자신의 세월이 차곡차곡 담긴 상자를 본 고두심 씨의 눈에는 감히 헤아리지 못할 감정들이 녹아져 있는 듯 했습니다.

과거의 연인을 그리워하는 고두심씨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보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여전히 깊이 있는 연기로 많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고두심 씨가 아들의 바람처럼 이제 주변에 의지도 하고 기대면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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